• 2023. 12. 7.

    by. 세아이아빠(행복세배)

    나는 2살(여), 5살(남), 7살(여) 세 아이의 아빠이다.

    세 아이를 데리고 밖에 다닐 때면 놀라워하는 사람들의 시선이 느껴진다.

    '어떻게 요즘 같을 때에 세 아이를...', '부자인가? 어떻게 세명을 키우지?'

    그중에서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어우~ 애국자시네요'이다.

    난 애국자가 되려고 애 셋을 낳은 건 아닌데....ㅜㅜ

     

    첫 아이를 낳던 2017년 내가 다짐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나중에 내 아이가 컷을때 무시받는 아빠가 되진 않겠다'였다.

    아내의 임신과 출산과정을 봤지만 그럼에도 마음의 준비는 되어있지 않았고.

    어느 날 갑자기 내 품에 작은 아이가 안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그때 지인의 사연은 내게 저런 생각을 가지게 한 계기가 되었다.

     

    주말 부부로 지내던 가족은 아이가 점차 크고 엄마의 독박육아가 계속되면서 아빠가 없는 것이 더 편한 가정이 되었다.

    되려 아빠가 오면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고, 엄마와 다투면서 아빠는 점차 가족과의 벽이 쌓여갔고

    어느 날은 딸에게 '이럴 거면 아빠 오지 마! 안 오는 게 나아'라는 이야기까지 들었다고 한다.

    아이들과 아내의 입장도 이해가 되고 아빠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아빠는 얼마나 슬펐을까?

    가족을 위해 일하고 그동안 살아왔는데 이제는 어떻게 가족과 함께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아이와 대화하는 방법도. 가족들과 추억을 쌓는 것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던 듯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지인과 같은 아빠가 아닌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아빠가 될 수 있을까?

    그 당시에도 어렴풋이 알았던 것은 그저 아이와 함께, 그리고 아내와 함께 지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작정 육아에 뛰어들었다.

    방법도 잘 모르고 서툴렀지만 인터넷을 찾아보고 아내와 이야기하면서 방법들을 찾아갔다.

    때론 불안했겠지만 아내는 기다려줬고 나는 그저 열심히 아이의 육아를 했다.

    육아를 돕는 아빠가 아닌 함께 하는 아빠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와 아빠가 동등한 입장에서 육아를 할 수는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내가 육아에선 1순위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2순위를 놓치지 않아야 했다.

    처가나 본가에 아이를 온전히 맡길 수 없었던 이유도 있었지만 난 어쨌든 아이의 육아에서는 2순위가 되었다.

    너무나 당연히 아빠가 2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겠지만 주변을 보면 할머니가 2순위, 할아버지가 3순위, 아빠는 저 뒤에 어딘가에 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씨만 주는 아빠가 되고 싶지 않았다.

    대학교 때 친했던 친구는 해외에서 일하면서 한국에 있는 아내와 결혼했다.

    아이를 갖고 나서 아내는 한국에 들어왔고 여전히 친구는 외국에서 일하고 있다.

    1년에 한두 번 한국에 와서 가족들과 만났고 첫아이가 3살 무렵 둘째를 가졌다.

    해외에서 일하는 탓에 출산을 지켜보지도 못했고 육아도 함께 해주지 못했다.

    지금은 가족 모두가 외국에 함께 나가 살고 있어 보기 좋지만 이전에는 아빠만 편한 것 같다 보였다.

    그만의 힘듦도 분명 있었겠지만 친구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이 시키~ 씨만 주고 갔네' 라며 웃었지만 한편으로 정말 씨만 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들었다.

     

    식탁 이곳저곳에 밥풀을 흘리는 아이에게 종종 '쌀 한 톨을 만들기 위해 농부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아냐?'며 잔소리를 했다.

    그때 문득 '맞네!'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는 밥을 먹으며 농부에게 감사한다.

    왜냐면 농부는 쌀을 수확하기 위해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정말 고생을 하기 때문에...

    모를 심고, 논에 물을 대고, 잡초들을 뽑아주고, 태풍이 오면 벼가 꺾이지는 않았는지 확인도 해야 하고, 수확도 해야 하고....

    하지만 어느 누구도 모를 주거나 씨를 만든 사람에겐 감사하지 않는다...

    물론 나중에 생각이 커지면 작은 것 하나하나 감사해지게 되면 감사할 수 있겠지만

    1차원적으로 생각해 보면 오로지 농부의 노력에만 감사할 뿐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나를 낳았다는 것보다는 나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결국 아이에게 인정받는 아빠가 되려면 그만큼 아이를 위해 희생하고 노력해야 한다.

    씨를 공급한 것만으로, 내가 아빠라는 것만으로, 밖에 나가서 돈을 벌어왔다는 것만으로 아이에게 인정받겠다는 것은 어쩌면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라고 있는 것일 수 있다.